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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1>7장. 의사소통, 비밀, 그리고 사회적 정책</h1>
<p>세계 정세에서 지난 몇 년간은 두 개의 반대되는, 심지어는 모순되기까지 하는 경향으로 특징지워 진다. 한편에서보면 우리는 역사상 유래가 없을 정도로 국가간, 그리고 국가 내부간에 완전한 통신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매카시 의원과 그의 추종자들에 의해 자극이 되어, 과도하고 맹목적인 군사정보의 분류와 국방부에 대한 최근의 공격으로 우리는 르네상스 시대의 베니스에 비견할 만한 비밀주의로 다가가고 있다.</p>
<p>그 당시 베네치아 대사들의 대단히 정교한 뉴스 수집 서비스(이것이 유럽 역사에 대한 우리의 주요 정보 출처이기도 한데)는 비밀스런 국가적 질투와 동반해서 국가가 이주민 장인을 은밀히 암살할 정도로 과장되기도 했는데, 이는 특정한 예술과 기술에 대한 독점권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었다. 러시아와 미국이라는 이 세기의 양대 경쟁자를 상징하는 현대의 도둑잡기 놀이는 훨씬 큰 무대에서 상연되었던 오래된 이탈리아의 첩보 드라마를 연상시킨다.</p>
<p>르네상스 시대의 이탈리아는 또한 현대 과학의 산고(birth-pangs)의 배경이었다. 그러나 오늘날의 과학은 르네상스 시대의 이탈리아에 비해 훨씬 거대한 작업이다. 요즘 세상에서는 정보와 비밀의 모든 구성 요소들이 마키아벨리 시대에서 보다 큰 성숙도와 객관성을 가지고 검증될 수 있어야 한다. 앞에서 봤듯이, 의사소통에 관한 연구가 그 자체로 하나의 독립적이고 권위있는 과학의 위치에 도달했다는 관점에서 보면 더욱 그렇다. 현대의 과학은 의사소통과 비밀의 현재 상태와 기능에 대해 어떤 말을 해야 할 것인가?</p>
<p>나는 이 책을 주로 미국인들을 위해 쓰고 있는데, 이들에게 정보의 문제는 표준적인 미국적 기준에 따라 평가된다: 즉, 하나의 사물은 이것이 자유 시장에서 가지게 될 상품으로서의 가치를 가진다는 것이다. 이것이 미국의 거주민으로서 의문을 제기하기가 점점 더 힘들어지고 있는 공식적인 정통 교리이다. 이것이 인간 가치의 일반적인 원칙을 대표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언급하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 또한 이것은 영혼의 구원을 추구하는 교회의 교리와도 일치하지 않으며, 사회의 가치를 인류 복지의 특정한 이상을 실현하는데 두고 있는 막시즘과도 일치하지 않는다. 전형적인 미국적인 세상에서 정보의 운명은 사고 팔수 있는 무언가가 되는 것이다.</p>
<p>이러한 상업적인 태도가 도덕적인지 비도덕적인지, 무신경한지 섬세한지에 대해 트집을 잡고자 할 의도는 없다.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이것이 정보와 이에 따르는 개념을 오해하게 만들고 잘못 다루게 한다는 점이다. 이것에 대해 몇 가지 분야에서 이야기해보고자 하는데, 특허법부터 시작해보자.</p>
<p>발명가에게 그의 발명품의 주제에 대해 제한된 독점권을 허락하는 전매특허는 발명가에겐 면허받은 업체에게 있어서 면허증과 같은 것이다. 우리의 특허법과 특허 정책의 뒤에는 사유재산과 재산권에 대한 암묵적인 철학이 깔려있다. 이 철학은 발명품이 일반적으로 가게에서 솜씨좋은 수공업자에 의해 만들어지던 지난 시절에는 어느 정도 들어맞으나 오늘날의 발명과는 전혀 맞는 구석을 찾아볼 수 없다.</p>
<p>특허청의 기본적인 철학은 한 기능공이 기계적 독창성(mechanical ingenuity)이라 불리는, 시행착오 시스템을 통해 어떤 기법을 한단계 높이 발전시켜 특정한 장비를 만들었다고 추정한다. 법률은 이 새로운 조합을 만드는데 필요한 독창성과, 세상에 관한 과학적 사실을 발견하는데 필요한 다른 종류의 독창성을 구분한다. 이 두번째 유형의 독창성은 <strong>자연 법칙의 발견</strong>이라 불리는데, 미국이나 미국과 유사한 산업적 관례를 가진 다른 많은 나라들에서 법률은 자연법칙의 발견자에게 그가 발견했을지 모를 법칙에 대해 아무런 소유권도 허락하지 않고 있다. 가게의 발명가는 나름의 전통과 배경을 가지고 있고, 과학자는 전혀 다른 전통과 배경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구분이 한때는 충분히 현실적이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p>
<p>디킨스의 소설 <strong>리틀 도릿</strong>에 나오는 다니엘 도이스(역자주: 소설에서 다니엘 도이스는 기발한 아이디어로 여러가지 발명을 했으나 공무원들의 잘못으로 특허를 얻지 못해 수익을 내지 못함)는 디킨스의 다른 소설에 나오는 머드포그 학회(Mudfog Association)의 회원들과는 명확히 구분되어야 한다. 전자를 디킨스는 상식을 갖춘 장인으로, 수공업자다운 넓은 엄지손을 가지고 항상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직시하는 정직성을 가진 사람으로 찬미한다. 반면에 머드포그 학회는 과학 발전을 위해 설립된 영국학술협회에 대한 경멸적인 예명일 뿐이다. 디킨스는 이 후자를 터무니없고 쓸모없는 공상가들의 집합으로 매도하는데, 그 표현들은 스위프트가 라퓨타의 프로젝터들(역자주: 걸리버여행기 3부의 라퓨타에 등장하는 과학자들로 허무맹랑한 연구만 해 백성들의 삶을 어렵게 한다.)을 묘사하는데 적합할만한 것이었다.</p>
<p>벨 전신 회사 같은 근대의 연구소는 도이스의 실용성을 견지하고 있긴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머드포그 학회의 증손자벌 되는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다. 패러데이를 과학발전을 위한 영국학술협회의 초기의 뛰어난 전형적인 멤버라고 한다면, 오늘날 벨 전신 연구소의 연구원들로 이어지는 연결고리는 맥스웰(Maxwell)과 허비사이드(Heaviside)를 거쳐서 캠벨(Campbell)과 섀넌(Shannon)까지 연결된다.</p>
<p>근대 발명의 초창기에는 과학이 노동자에 비해 훨씬 앞서 있었다. 자물쇠공은 기계적 능숙함의 수준을 정한다. 와트에 의하면, 피스톤은 엔진 실린더와의 사이에 얇은 6펜스 동전이 간신히 들어갈만한 상태여야 실린더와 잘 맞는다고 할수 있었다. 강철은 칼과 갑옷을 만들기 위한 장인의 제품이었다. 철은 연철공이 만드는 지저분하고, 슬래그로 채워진 제품이었다. 패러데이와 같이 지극히 현실적인 과학자가 다니엘 도이스를 대체하기 시작하기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영국정부가 비록 디킨스의 소설에 나오는 관료주의적인 관청만큼 우둔한 기관으로 표현될때 조차도 영국 정부의 정책이 머드포그 협회의 신사들보다는 진정한 발명가인 도이스 쪽을 향해 있었다는 것은 이상할게 없다. 세습 관료 집단인 바나클가(Barnacle family. 역자주: 리틀도릿에 나오는 귀족, 관료 가문) 는 도이스를 이 부서에서 저 부서로 돌려보내서 진이 빠지게 만들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속으로는 도이스를 두려워했는데, 왜냐면 그가 자신들을 대체할 새로운 산업주의를 대표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머드포그 학회의 신사들은 두려워하지도, 존경하지도, 믿지도 않았다.</p>
<p>미국에서 에디슨은 머드포그 학회의 회원과 도이스 사이의 정확한 전환을 대변한다. 그는 도이스와 매우 닮았으며, 스스로 그렇게 보이고 싶어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그의 직원들 상당수를 머드포그 진영에서 뽑았다. 그의 가장 위대한 발명품은 산업 연구소로부터 나온 것이었고, 발명품을 사업으로 연결시켰다. 제너럴일렉트릭사와 웨스팅하우스, 그리고 벨 전화 연구소는 그의 뒤를 쫓아서 에디슨이 수십명의 과학자를 고용할때 수백명의 과학자를 고용했다. 발명이란 기능공이 고안해내는 새로운 장치가 아니라 유능한 과학자들로 구성된 팀에 의한 세심하고 종합적인 연구의 결과물을 의미하게 됐다.</p>
<p>오늘날에는, 신생 발명품들의 일반적인 지적 구조 앞에서 발명품은 상품으로서의 정체성을 잃고 있다. 무엇이 어떤 물건을 좋은 상품으로 만드는가? 본질적으로, 상품은 그 가치를 상당부분 유지하면서 이 사람에서 저 사람으로 전달될 수 있으며, 상품에 돈이 투자되는 것과 마찬가지 방식으로 상품의 각 조각들이 추가적으로 합쳐질 수 있다. 스스로를 보존하는 능력은 좋은 상품이 가져야 하는 매우 편리한 특성이다. 예를 들어, 일정량의 전기 에너지는 아주 약간의 감소를 예외로 한다면 전송선의 양 끝점에서 동일하게 유지되며, 킬로와트시에 따라 전기 에너지에 적정한 요금을 부과하는건 별로 어렵지 않다. 비슷한 상황이 질량 보존의 법칙에도 적용된다. 우리의 일상적인 가치에 대한 기준은 금의 양이며, 금은 잘 변하지 않는 물질이다.</p>
<p>반면에 정보는 쉽게 보존하기 어렵고, 앞에서 보았듯이 통신을 통해 전송되는 정보의 양은 엔트로피라 불리는 비가산적인(non-additive) 수치와 관련되며, 엔트로피와는 대수학적 부호 및 수치적 요소에 차이가 있을 뿐이다. 엔트로피가 닫힌 시스템 내에서 자발적으로 증가하는 경향이 있듯이, 정보는 감소하는 경향이 있다. 엔트로피가 무질서의 척도이듯이 정보는 질서의 척도이다. 정보와 엔트로피는 보존되지 않으며, 따라서 둘다 상품으로는 적합하지 않다.</p>
<p>경제의 관점에서 정보 혹은 질서를 고려하기 위해, 금으로 만든 보석을 예로 들어보자. 가치는 2가지 부분으로 구성된다. 금의 가치와 솜씨의 가치다. 오래된 보석을 전당포주인이나 보석감정인에게 가져가면 확고한 가치는 금 뿐이다. 솜씨에 대한 추가적인 인정이 이루어질지 말지는 여러가지 요인에 좌우되는데, 판매자의 고집, 보석이 만들어진 당시에 유행하던 스타일, 순수하게 예술적인 솜씨, 박물관을 위한 목적에서의 역사적 가치, 그리고 사는 사람의 저항 등이 그것들이다.</p>
<p>금과 솜씨라는 이 두가지 종류의 가치의 차이를 무시함으로써 많은 재산의 손실이 있었다. 우표 시장, 희귀도서 시장, 샌드위치 유리 시장과 던칸 파이프 가구 시장은 모두 인공적인데, 이들 물건이 소유자에게 제공하는 실질적인 기쁨 외에도 솜씨가 제공하는 가치의 상당부분은 이들 물건의 희귀성 뿐만 아니라 이 물건을 얻고자 경쟁하는 적극적인 구매자 그룹이 순간적으로 존재했다는 것과도 관련이 있다. 잠재적 구매자 그룹을 제한하는 불황은 4분의 1 혹은 5분의 1로 가격을 떨어뜨릴 수 있고, 경쟁적인 구매자의 부족 때문에 훌륭한 보석은 허공으로 사라져 버린다. 새로운 인기있는 유행품이 기존의 상품 대신에 장래의 수집가들의 주목을 끌게 된다고 가정해보자. 이번에도 역시 기존 상품은 시장에서 바닥을 치게 될 것이다. 수집가의 취향에는 영구적인 공통 분모가 없고 다만 최고의 미학적 가치만이 인정을 받을 수 있다. 이런 경우라 할지라도 위대한 그림에 지불되는 가격은 구매자의 부에 대한 명성 및 감정가적 자질에 대한 욕망에 지대한 영향을 받게 된다.</p>
<p>예술작품이 상품으로 취급되는데 있어서 발생하는 문제는 정보 이론에 있어서 중요한 여러 가지 문제들을 제기해준다. 먼저, 자신의 소장품을 모두 자물쇠로 잠궈두는 얼마 안되는 수집가들을 제외한다면, 예술작품의 물리적인 소유는 그 작품을 감상하는데 필요하지도 충분하지도 않은 조건이다. 실제로, 어떤 종류의 예술작품들은 본질적으로 사적이라기보다 공공적인 모양새를 가지는데, 이런 점을 고려하면 소유의 문제는 거의 아무런 상관이 없다. 거대한 프레스코 벽화는 양도가능한 서류가 아니며, 벽화가 그려져 있는 건물 역시 마찬가지다. 기술적으로 누가 그 예술작품의 소유자인지와 무관하게 그 작품은 적어도 그 건물을 자주 찾는 특정한 대중들에게는 공유될 수 밖에 없고, 넓게는 전세계에 공개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작품을 방화 캐비넷 안에 넣어두고 몇몇 감정가들을 초대한 작은 만찬에서 그것들을 흡족히 바라 보는건 불가능하고, 사적인 개인소장품으로서 어딘가에 유폐시켜 둘 수도 없다. 시케이로스(역자주: 1896~1974. 멕시코 화단의 3대 거장 중 한 사람. 마르크스주의자로서 멕시코 혁명 등에 참여하면서 멕시코 벽화 운동을 선봉에서 이끈 인물임)의 프레스코화처럼 우연하게 프라이버시를 확보한 경우는 매우 드문데, 이 작품은 그가 정치적인 탄압으로 수감되어 있던 멕시코 교도소의 큰 벽을 장식하고 있다.</p>
<p>예술 작품의 단순한 물리적 소유에 대해서는 이쯤에서 끝내기로 하자. 예술작품의 재산권 문제는 더 심각하다. 예술작품의 복제에 대해 생각해 보자. 예술작품 감상의 정수는 진품을 통해서만 가능하다는 것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위대한 작품의 진품을 한번도 본적이 없는 사람도 폭넓고 세련된 감각을 키울 수 있고, 예술작품의 미학적인 매력은 거의 대부분 질높은 복제품을 통해 전달되고 있다는 것도 또한 사실이다. 음악의 경우도 유사하다. 음악 작품을 듣는 사람은 연주회장에 물리적으로 참석해야 음악 감상의 매우 중요한 것을 얻을 수 있지만, 작품의 훌륭한 레코드를 미리 들으면 작품에 대한 이해도가 매우 높아지기 때문에 둘 중 어느쪽이 경험에 있어 더 중요한지 말하지 쉽지 않다.</p>
<p>재산권의 관점에서 복제 권리는 우리의 저작권법에 의해 다뤄진다. 저작권법이 다루지 못하는 권리들도 존재하는데, 이 권리들은 특정인이 예술 작품을 효과적으로 소유할 수 있는 능력에 관한 문제를 동시에 제기한다. 여기서 진정한 독창성의 본질에 대한 문제가 제기된다. 예를들어, 르네상스 시대에 예술가들이 발견한 기하학적 원근법은 새로운 것이었고, 그 시대의 예술가는 이 기법을 능숙하게 활용해서 큰 만족을 얻을 수 있었다. 뒤러와 다빈치 그리고 그의 동시대인들은 그 시대의 선구적 예술가들이 이 새로운 기법에서 발견한 것에 대한 관심을 예시한다. 원근법의 예술은 일단 마스터하고 나면 급격하게 흥미를 잃게 되어서, 최초의 고안자의 손에서는 훌륭했던 것이 이제는 상업용 캘린더를 디자인하는 모든 감상적인 상업 예술가들이 사용할 수 있는 것이 되었다.</p>
<p>이전에 이야기됐던 내용을 다시 말하는건 별 의미가 없을 것이다. 그리고, 그림이나 문학작품의 유용성은 동시대 혹은 그 이전 시대의 작품에서 쉽게 얻지 못했던 어떤 것을 그 작품이 담고 있었는지를 모르고서는 판단할 수 없을 것이다. 조금이라도 추가적인 정보는 독립적인 정보 뿐이다. (It is only independent information which is even approximately additive.) 이류 복제자들에 의한 파생 정보는 이전에 지나갔던 것들에서 전혀 독립적이지 못하다. 평범한 러브 스토리나 평범한 탐정 소설, 대중잡지의 일반적인 성공담과 같은 것들이 이들에 해당되나 저작권법의 취지에는 부합하지 않는다. 성공한 영화에서와 동일한 정서적 상황을 기대하는 대중들의 기대심리를 공략하려는 일련의 질낮은 후속작들을 금지하는 저작권법은 없다. 마찬가지로 동일한 아이디어를 똑같은 말로 반복하는걸 제외하고는 새로운 수학적인 아이디어나, 자연선택에 관한 새로운 이론 같은걸 보호하는 저작권법도 없다.</p>
<p>반복해서 말하지만, 클리셰가 만연하는건 우연이 아니라 정보의 성질에 내재되어 있는 것이다. 한 조각의 정보가 공동체의 보편적인 정보에 기여하기 위해서는 공동체가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정보와는 상당히 다른 무언가를 말해야만 한다는 면에서 정보의 재산권은 필연적인 약점을 가지고 있다. 음악과 문학의 위대한 고전에서 조차 이 작품들의 분명한 정보적 가치는, 단지 대중들이 그 내용에 익숙해졌다는 사실에 의해 이미 빠져나가 버렸다. 학생들은 셰익스피어를 좋아하지 않는데, 그들에게 셰익스피어는 익숙한 인용구들의 집합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작가에 대한 연구가 그 시대의 피상적인 클리셰로 형성된 수준보다 한 단계 더 깊게 들어가야만 우리가 그와의 유용한(informative) 라포(역자주: rapport. 두 사람 사이의 공감적인, 친밀한 인간관계. 프랑스어에서 유래한 정신분석 혹은 교육 용어임.)를 재정립할 수 있고, 그에게 새롭고 신선한 문학적인 가치를 부여할 수 있다.</p>
<p>이런 관점에서 보면 흥미로운 사실은, 어떤 작가나 화가는 그들의 폭넓은 심미적이고 지적인 탐구로 인해 그들의 동시대인과 수년간의 후세대에게 거의 파괴적인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피카소와 같은 화가는 여러 시기와 단계를 거치면서 그 시대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모든걸 얘기해 버렸고, 결과적으로 그의 동시대인들과 후배들의 독창성을 말살해 버렸다.</p>
<p>통신의 상품적 성격에 대한 본질적인 한계점은 일반 대중들에게 대체적으로 간과되고 있다. 보통 사람들은 마이케나스(역자주: BC 70~ BC8. 로마의 정치가. 여러 시인들을 후원한 문학 애호가로 알려짐. 기업의 문화, 예술, 스포츠 분야의 후원활동을 나타내는 메세나라는 용어가 이 사람의 이름을 따서 만들어진 말임.)가 그 시대의 예술가들의 작품활동을 독려했다고 생각하는게 아니라 예술작품을 구입하고 보관했던 사람으로 생각한다. 마찬가지 논리로, 사람들은 지난 전쟁에서 사용한 군사적 무기들을 무기고에 보관해 둘 수 있듯이 국가의 군사적, 과학적 노하우를 고정된 도서관이나 연구소에 보관해 둘 수 있다고 믿는다. 한걸음 더 나아가서, 자신의 나라의 연구소에서 개발된 정보는 도덕적으로 자신의 나라의 재산이라고 생각하고, 이 정보를 다른 나라를 위해 사용하는 것은 반역일 뿐만 아니라 본질적으로 도둑질에 해당한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소유자가 없는 정보라는 것을 상상하지 못한다.</p>
<p>변화하는 세상에서 정보를 그 가치를 크게 잃지 않고서 저장할 수 있다는 생각은 오류이다. 이건 좀더 그럴듯해 보이는 다음과 같은 주장과도 비슷하다. 즉, 전쟁 이후에 기존의 무기들을 가져다가 기름칠을 하고 포탄을 장전한 다음, 고무 필름에 색칠을 해서 겉을 두른 후 다음 위기상황에 대비해서 어떤 곳엔가 대기를 시킬 수 있다는 주장 말이다. 전쟁의 기술적 변화의 관점에서 보면, 소총은 보관하기 쉽고, 탱크는 보관하기 어렵고, 전함과 잠수함은 불가능하다. 사실상 무기의 효력은 해당 시점에 상대방이 정확하게 어떤 무기를 가지고 있는지와 당시 전쟁의 전체적인 계획에 좌우된다. 이것은, 이미 한번 이상 증명된 바가 있듯이, 과도한 무기의 비축을 초래하는데, 이러한 비축은 군사적 전략을 잘못된 형태로 정형화하기 쉽다. 그러므로 새로운 위기상황에서 대응을 위한 최적의 도구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를 가지는 것은 매우 주목할만한 장점이 된다.</p>
<p>경제학이라는 다른 차원에서 보면, 이것은 영국의 예가 보여주듯이 분명히 옳다. 영국은 본격적인 산업혁명을 통과한 첫번째 국가다. 초기부터 영국은 철도의 협궤(역자주: 표준 선로보다 폭이 좁은 선로. 빠르고 저렴하게 만들수 있지만 높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안정성이 떨어지는 단점이 있음.)와 낡은 설비의 방적공장에 대한 대규모의 투자, 사회 제도의 한계를 상속받아서 오늘날 누적된 요구가 거대한 위기가 되게 만들었고, 이 위기는 사회적 혁명과 산업 혁명을 통해서만 해결될 수 있는 것이었다. 최근에 산업화되는 나라들은 어떤가 하면, 최신의, 가장 경제적인 장비를 활용할 수 있고, 그들의 상품을 운반할 경제적인 크기의 열차를 움직일 수 있는 적절한 철도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으며, 그리고 대체적으로 1세기 이전의 삶이 아니라 현대적인 삶을 살 수가 있다.</p>
<p>영국에 대한 설명은 뉴잉글랜드에도 동일하게 적용되는데, 뉴잉글랜드는 기존의 산업을 현대화 하는 것이 때로는 기존의 것을 폐기하고 다른 곳에서 다시 시작하는 것보다 더 많은 비용이 든다는 것을 보여줬다. 비교적 엄격한 노동 법규와 진보된 노동 정책을 갖추는데 있어서의 어려움과는 별개로, 뉴잉글랜드가 방적기계에 의해 황폐화되고 있는 주요한 이유는 솔직히 말하면 그들이 백년간의 전통에 의해 방해받지 않기를 원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직물 분야에서 조차도, 생산과 보안이 결국에는 발명과 발전을 이어나가는데 중요한 요인이 된다.</p>
<p>정보는 저장에 관한 것이라기 보다는 절차에 관한 것이다. 한 나라의 정보 및 과학적 환경이 그 나라에 부여될 요구사항들을 처리하는데 적합한 나라가 가장 안전한 나라일 것이다. 이런 나라에서는 정보란 우리가 외부 세상을 관찰하고, 그에 기반해서 효과적으로 행동하게 하는 연속적인 과정상의 한 단계로서 중요하다는 사실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 다시 말해서, 아무리 많은 과학적인 연구 결과를 책과 논문으로 세심하게 기록해서 기밀라벨을 붙여 우리 도서관에 저장한다고 해도 효과적인 정보의 수준이 끊임없이 변화하는 세상에서는 우리를 보호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두뇌에는 마지노선이 없다.</p>
<p>반복해서 말하면, 살아있다는 것은 외부 세상에서 오는 지속적인 영향들에 참여하고, 외부 세상에 반응하는 것이며, 그러한 세상에서 우리는 단지 과도기적인 단계일 뿐이다. 비유적으로 보면, 세상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에 대해 살아있다는 것은, 지속적인 지식의 개발과 방해받지 않는 지식의 교환에 참여하는 것을 뜻한다. 일반적인 상황에서, 우리가 적절한 지식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보장하는 것이 상대편이 그러한 지식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을 보장하는 것보다 훨씬더 어렵고 훨씬더 중요한 것이다. 전반적인 군대의 연구소들을 운영하는 환경은 우리가 정보를 개발하고 활용하는데 있어서 매우 열악한 상태로 되어 있다.</p>
<p>지난 전쟁 기간에 내가 어느정도 풀어야 할 책임이 있는 적분 방정식이 내 독자적인 연구에서 뿐만 아니라 적어도 두 개의 완전히 관계없는 프로젝트에서도 나타났다. 이들 프로젝트들 중 하나에서는 이 방정식이 나타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다른 프로젝트에서도 내가 약간만 조사를 했으면 그렇게 되리라는 것을 알았을 것이다. 같은 아이디어를 차용하는 이 세 개의 프로젝트는 서로 완전히 다른 비밀등급을 가지고 동떨어진 장소에서 수행된 별개의 군사 프로젝트였기 때문에 하나의 프로젝트의 정보가 다른 프로젝트들로 전달될 방법이 없었다. 결과적으로, 세 개의 분야에서 같은 결과를 얻기 위해 세 개의 같은 노력이 필요했다. 이때문에 지연된 시간은 6개월에서 1년 정도였고, 어쩌면 훨씬 더 길지도 모른다. 비용의 관점에서 보자면, 물론 전쟁에서는 덜 중요한 부분이지만, 대규모의 인력이 필요한 매우 비싼 작업이었다. (이하는 해석 안됨) It would take a considerable valuable employment of this work by an enemy to be as disadvantageous as the need for reproducing all the work on our part. Remember that an enemy unable to participate in that residual discussion which takes place quite illegally, even under our setup of secrecy, would not have been in the position to evaluate and use our results.</p>
<p>정보의 가치를 추산하는데 있어서 시간의 문제는 매우 중요하다. 높은 보안등급을 가지는 상당량의 자료를 보호하는데 사용되는 암호는 부수기 힘든 잠금장치일 뿐만 아니라 합법적으로 여는데도 상당한 시간을 잡아먹게 한다. 소규모 부대의 전투에서 사용되는 전략적인 정보는 한두시간 정도면 쓸모없는 것이 될것이다. 이 정보가 3시간 후에 노출될 수 있는지 여부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 하지만 그 메시지를 전달받은 장교가 2분 정도 내에 메시지를 해독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반면에, 전쟁의 보다 큰 계획은 너무 중요해서 이런 제한적인 보안에 맡겨둘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계획을 전달받은 장교가 그 내용을 알아내는데 하루 종일 걸린다면, 이러한 지연은 정보가 새어나가는 것보다 더 심각한 문제일 것이다. 전체적인 군사작전이나 외교적 전략을 위한 암호는 파악해내기가 한층 어려워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하지만 서로 무관한 개별적인 결정사항들의 작은 집합이 아닌 상당량의 정보를 전달하면서 일정한 기간 내에 파악이 불가능한 것은 있을 수 없다.</p>
<p>암호를 해독하는 일반적인 방법은 이 암호의 적용 예를 충분한 길이만큼 확보해서 숙련된 조사관이 암호화 패턴을 알아낼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암호화된 메시지에는 최소한도의 반복된 패턴이 존재하게 되는데, 이러한 패턴 없이는 아무리 짧은 메시지도 해독될 수가 없다. 하지만 여러 개의 문장들이 한가지 타입의 암호로 암호화된 경우에는 서로 다른 문장들 사이에 공통점들이 충분히 나타나기 마련이고 이를 통해 우선 암호화의 타입이 드러나고, 그 다음에는 구체적으로 사용된 암호화코드가 드러나게 된다.</p>
<p>어쩌면 암호해독에 있어서 가장 위대했던 천재성은 여러가지 암호 서비스의 연대기가 아니라 금석학(역자주:고대의 비석 등에 적힌 문자를 연구하는 학문) 작업에서 나왔다. 우리는 로제타스톤이 이집트 문자의 해석을 통해 어떻게 해독되었는지 모두 알고 있는데, 그 문자들은 프톨레마이오스 왕조의 왕들의 이름인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아직까지도 위대한 형태로 남아있는 암호해독 작업이 있다. 암호해독 기술의 이 한가지 위대한 예는 자연 자체의 비밀을 해독하는 것인데, 바로 과학자들의 분야를 일컫는다.</p>
<p>과학의 발견은 우리의 눈으로는 보이지 않게 만들어진 시스템을 우리가 이해할 수 있게 해석하는 것으로 이루어진다. 그 결과 자연의 법칙은 비밀의 보호나 정교한 암호화 시스템에 전혀 적합하지 않은 것이 되었다. 사람이나 문서운반차량을 직접 공격해서 암호를 깨는 방법도 있으나, 이 모든 것의 최상위에 있는 코드 자체를 공격할 수 있는 가능성도 항상 열려있다. 아마도 원자핵에 사용된 자연의 코드만큼 깨기 어려운 암호화방식을 고안한다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p>
<p>암호해독에 있어서 우리가 확보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정보는 우리가 읽고 있는 메시지가 무의미한 횡설수설이 아니라는 정보다. 암호해독자를 당황하게 만드는 일반적인 방법은 정상적인 메시지와 해독불가능한 메시지(무의미한 메시지, 단순한 문자들의 나열)를 섞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우리가 원자핵 반응이나 원자폭탄 같은 자연의 문제를 고려할때 우리가 공표할 수 있는 가장 큰 단일한 정보는 그것들이 존재한다는 정보다. 과학자가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에 이미 답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면 그의 전반적인 태도에 변화가 생긴다. 그는 이미 반 이상 그 문제를 푼것이나 다름없다.</p>
<p>이런 관점에서 원자폭탄에 관련된 한가지 비밀 중에서 아무런 제한없이 일반 대중과 모든 잠재적인 적들에게 알려진 사항은 원자폭탄의 구성이 가능하다는 사실 그 자체이다. 이 문제의 중요성과 과학자들에게 이것에 답이 있다는 것이 알려졌다는걸 고려해보자. 이제 과학자들의 지적능력과 현존하는 연구시설들이 널리 퍼져있기때문에 세계 어느 곳에서나 거의 독자적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단지 몇 년 정도밖에 안걸릴 것이다.</p>
<p>현재 이 나라에는 우리가 “노하우"라 불리는 특정한 기술을 소유하고 있는 유일한 국가라는 감성적인 믿음이 있는데, 이것은 모든 엔지니어링 개발이나 과학적 개발 및 모든 주요한 발명에서 우선권을 확보해줄 뿐만 아니라 앞서도 언급했듯이, 그 우선권에 대한 도덕적 정당성도 확보해 준다. 분명히 이 “노하우"는 원자폭탄 연구에 참여했던 과학자들의 국적과는 아무런 연관성이 없다. 덴마크의 보어나 이탈리아의 페르미, 헝가리의 질라드, 그리고 프로젝트에 참여한 다른 많은 과학자들의 조합을 얻는 것은 역사를 통틀어 불가능할법한 일이었다. 이걸 가능하게 했던건 위기상황에 대한 극도의 각성과 나치의 위협에 의해 증대된 전세계적인 모욕감이었다. 그러한 그룹을 오랜 재무장 기간동안 유지하는 국방부의 정책에 우리가 열성적인 지지를 보내왔는데, 이것이 가능하려면 과장된 선전 이상의 무언가가 필요할 것이다.</p>
<p>의심할바 없이 우리는 단일 프로젝트에 많은 수의 과학자들의 노력을 결집하고 막대한 자금을 투자하는데 있어서 세계에서 가장 앞선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그렇다고 우리의 과학적 위치에 대해 과도한 안주를 해서는 안될 것이다. 왜냐면 우리가 키우고 있는 젊은 세대는 많은 숫자의 사람과 많은 금액의 돈이 들어간 프로젝트 밖에는 생각할 줄 모르기 때문이다. 영국과 프랑스인들은 미국의 고등학교 교사들이 일반적인 막대와 줄을 이용한 작업이라 비웃을만한 도구들로 상당한 양의 연구를 수행하는데 우리의 젊은이들 중에는 이러한 기술을 가진 사람을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현재 유행하는 거대 연구소는 과학분야에서 낮선 것이다. 우리들 중에는 이 유행이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믿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지금 세대의 과학적 아이디어가 고갈되거나 혹은 적어도 이 지적인 투자에 대한 이득이 급격하게 줄어드는게 드러나면 다음 세대에서는 거대 프로젝트를 존속시킬 수 있는 거대 아이디어를 공급하기는 어려워질 것이다.</p>
<p>정보의 개념을 명확히 이해하고 이를 과학 연구에 적용해보면 다음 사항이 명확해 지는데, 두 가지의 정보가 한 사람 혹은 한 조직 안에서 효과적으로 융합되어 하나의 정보가 다른 하나의 정보를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하지 않는다면 단순히 두 가지 정보가 공존하는 것은 아주 미미한 가치밖에 없는 일인 것이다. 각각의 연구원이 미리 정해진 길로만 다니고, 연구를 감시하는 보초병이 길의 끝에 다다른 연구원에게 무기를 들이밀고, 뒤로 돌아를 명령해서 왔던 길로 되돌아가게 만드는 조직은 완전히 반대방향에 서있게 된다. 두 명의 과학자가 만나는 것엔 큰 결실을 맺게 하고,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는 가치가 있다. 그러나 이게 가능하려면 적어도 한 명의 과학자는 이미 경계를 뛰어 넘어서 이웃의 아이디어를 흡수해 효과적인 사고의 계획을 세울 수 있어야 한다. 이와같은 유형의 조직에서는 각 과학자들이 미리 정해진 경로가 아니라 그들의 관심의 범위에 의해 정해진 궤적을 따라 움직인다.</p>
<p>이와같은 느슨한 연구 조직은 미국에도 분명 존재한다. 그러나 현재로선 이것이 몇몇 객관적인 사람들의 노력의 결과에 의한 것이지 우리에게 무엇이 좋은지 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우리에게 강요하는 짜여진 계획에 의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우리의 대다수의 과학자들은 그들이 뽑은 고위관료들의 쓸모없음과 현시대의 위험에 대해 그들을 비난하지는 않을 것이다. 현대 과학에서 군사적으로 활용될 수 있는 모든 것에 대해 극도의 보안을 요구하는 것이 바로 일반 대중이다. 보안에 대한 이 요구사항은 자신의 질병의 경과를 모르길 바라는 병자의 소망과 닮았다. 세상에 아무런 문제가 없는척 하고 지낼수 있는 동안 우리는 “전쟁을 예언하는 선조의 목소리“(역자주: 18세기 영국의 시인 콜리지의 시 ‘Kubla Khan’에 나오는 구절임)에 귀를 막고 있게 된다.</p>
<p>과학적 연구에 대한 일반 대중의 이 새로운 태도에는 일반인들의 인식을 훨씬 뛰어넘는 과학 혁명이 존재한다. 현대 과학의 지도자들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일들의 전체적인 결과를 예측하지 못한다. 과거엔 연구의 방향이 대부분 개별 과학자들의 관심사에 맡겨졌었고, 그 시대의 유행에 좌우됐다. 현재는, 연구의 방향을 공공의 안녕에 관해 가능한한 모든 주요한 진입로가 뚫기힘든 과학적 보호의 방벽을 확보할 목적으로 개발되도록 하는 뚜렷한 기획이 존재한다. 이제, 과학은 비인격적이고, 과학의 경계를 한층 밀어붙인 결과 우리에게 적들을 상대로 사용할 수 있는 많은 무기들을 보여줄 뿐만 아니라 이 무기들의 다양한 위험을 보여주고 있다. 이 무기들은 적들을 상대로 하기보다 우리 자신을 상대로 더 효과적으로 사용될 수 있으며, 원자폭탄 같은 무기를 사용할때 내재되어 있는 방사능 피폭과 같은 위험이 존재한다는 점에서 위협적이다. 적들을 공격하고 우리를 방어할 모든 방법을 찾기 위해 과학의 보폭을 서두르는 것은 새로운 연구에 대한 요구를 유래없이 증가시키게 된다. 일례로, 전쟁 기간에 오크 리지와 로스 알라모스(역자주: 원자폭탄을 개발하는 맨하턴 프로젝트가 수행된 주요 지역임) 지역에서의 집중적인 노력은 미국 국민들의 보호에 의문을 안겨줬는데, 원자폭탄을 사용하는 잠재적인 적들로 부터의 위협 뿐만 아니라 우리의 새로운 산업의 원자력 방사능의 위협도 존재하며, 이것은 지금 이 시점에도 걱정거리다. 전쟁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이 위험들은 20년 간이나 우리를 걱정하게 하지는 않았을지도 모른다. 현재의 군국주의적인 사고의 프레임 안에서, 우리는 적들이 이 새로운 도구들을 사용하는 문제에 대한 가능한 대책을 요구받고 있다. 이 적은 현 시점에선 러시아일 수 있으나, 그보다는 신기루 속에 보이는 우리들 자신의 모습이다. 이 환영으로부터 우리를 지키기 위해서 우리는 새로운 과학적 방법들에 기대해야만 하는데, 그 방법들은 이전보다 더 심각한 것들이다. 이 심각한 종말론적 나선에는 끝이 없다.</p>
<p>우리는 앞서 소송을 하나의 게임으로 묘사한바 있는데, 여기서 적대자들은 최대한 허세를 부려서 상대방이 서로간에 자신의 최선을 다하도록 하는 전략을 세우게 한다. 법정에서의 제한적인 전쟁에서 통하는 것은 국제 관계에서의 목숨을 건 전쟁에서도 통하는데, 피흘리는 총싸움의 형태이건 외교라는 좀더 세련된 형태이건 마찬가지다.</p>
<p>보안의 모든 기술들, 메시지 교란과 블러핑은 같은 편이 상대편보다 더 효과적으로 의사소통의 도구와 힘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을 보장하는 것에 관련되어 있다. 이와같은 정보의 전투적인 활용에 있어서 정보의 채널을 상대편이 이용하지 못하도록 막는 것 만큼 우리 편에게는 열려있도록 하는게 중요하다. 보안에 관한 종합적인 정책은 거의 항상 보안 그 자체보다 다른 많은 사항들을 함께 고려해야만 한다.</p>
<p>우리는 생에 있어서 단 두 가지의 목표를 가지고 있는 사람의 위치에 있다. 한가지 목표는 어떤 고체도 녹일 수 있는 범용적인 용액을 발명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어떤 액체도 담을 수 있는 범용적인 그릇을 발명하는 것이다. 이 발명가가 무엇을 하건 그는 좌절하게 될 것이다. 뿐만아니라, 이미 앞서서 언급했듯이, 사람의 충직성에 의존하는 비밀의 보호는 과학적 발견의 어려움에 의존하던 비밀의 보호와 마찬가지로 안전하지 않을 것이다.</p>
<p>나는 앞서 과학적인 비밀의 전파는 단지 시간의 문제라고 언급한바 있는데, 이 게임에서는 10년도 긴 시간이며, 결국에는 우리를 무장시키는 것과 적을 무장시키는 것 사이에 아무런 차이가 없게 된다. 따라서 어떤 위협적인 발견도 새로운 발견의 필요성만 증가시킬 뿐이다. 우리의 지도자들이 각성하지 않는다면 이 순환은 계속될 것이고, 마침내 이땅의 모든 지적인 잠재력은 고갈이 되어 우리의 종족이 필요로 하는 다양한 건설적인 활용을 못하게 될 것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무기들의 효과는 이 행성의 엔트로피를 증가시켜서 마침내 뜨거움과 차가움, 선과 악, 사람과 사물의 모든 구분을 없애어 새로운 별을 만드는 하얀 용광로의 형태로 바꿀 것이다.</p>
<p>가다라의 수많은 돼지들처럼 (역자주: 누가복음에 나오는 구절. 가다라 지역에서 돼지의 무리가 악령에 씌여서 호수에 뛰어들어 빠져 죽음), 우리는 이 시대의 악령에 씌였으며 과학적 전쟁의 충동은 우리를 허둥지둥 자멸의 바다로 쳐박고 있다. 혹은 어쩌면 우리의 멘토가 되는게 자신의 비지니스인 신사들과 과학의 새로운 프로그램을 관리하는 신사들중 많은 수가 견습생 마법사여서 회생술에 매료되어 괴물을 만들어냈으나 멈추는 법은 전혀 모르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광고와 판매술의 새로운 심리학 마저도 그들의 손에선 일선의 과학자들의 양심의 가책을 없애는 방안으로 활용되고, 소용돌이를 향해 노를 젓는데 대한 거부감을 제거하는데 활용된다.</p>
<p>자신들의 사적인 목적을 위해 악령의 허가권을 소환한, 이들 현명한 자들은 한번 매수된 양심은 자연히 다시한번 매수될 것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인류에 대한 충성심이 솜씨좋은 관료적인 사탕의 배포에 의해 전복되고나면 고위공직자들에 대한 충성심으로 바뀌게 되고 이 고위공직자들은 나눠줄 더 큰 사탕이 있는동안 자리를 유지할 것이다. 이것이 우리 사회의 안보에 가장 큰 잠재적 위협이 될 날이 올 것이다. 파시스트가 됐건 공산주의자가 됐건 어떤 제 3자가 더 큰 보상을 제공해준다고 하면, 우리를 방어하기 위해 지불청구서의 댓가로 돌진했던 우리의 친구들이 우리를 복속시키고 파멸시키기 위해 돌진할 것이다. 핵 전쟁의 정신으로부터 소환된 사람들은 우리를 위해서가 아니라 그들 스스로를 위해서라도, 우리의 적 편에서 승리의 조짐이 보이기 시작하자마자 그들이 타락시킨 자들을 먼저 처치해야만 할 것이다!</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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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uman Use of Human Beings<br>
7장. 의사소통, 비밀, 그리고 사회적 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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