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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당한 조급함은 게으르지 않을 양분이 된다.

이번 미션에서는 유독 글을 쓰기 쉽지 않다. 개인적으로 나는, 우울할 때 글을 쉽게 적는다. 우울한 만큼 생각이 깊고, 털어놓고 싶은 이야기가 많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전혀 우울하지 않다. 캠퍼스에 남아 공부하는 게 재밌고 집에 가기 아쉽다. 행복해서 글을 쓰기 어렵다. 행복이 가질 수 있는 몇 안 되는 단점 아닐까 싶다. 지금 당장은 우울하지 않아 어려운 상황에 닥쳤지만, 그만큼 내가 우테코 생활을 잘 즐기고 있다는 뜻이겠지?

그렇다면 나는 지금 왜 행복할까? 레벨2 목표를 달성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우테코 생활에 있어 어느 정도 여유를 찾았고, 아주 급하지도 아주 게으르지도 않다. 여유가 있기에 더 천천히 깊이 있게 학습할 수 있게 되었고, 유강스 목표와 더불어 학습 목표였던 나만의 학습 방법 찾기도 달성한 듯하다. 처음 마주하는 기술을 접해도 언제든 습득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내 자신감에 근거 또한 있기 때문에 학습하고 싶은, 성장하고 싶은 욕구가 가득한 상태이다. 껍데기만 존재했던 나의 코드와 생각을, 조금씩 근거로 채우고 있다. 근거를 마련했기에 자연스레 나의 의견에 설득력이 생겼고, 마지막 페어 미션 후의 회고를 통해 개발 철학이 있다는 피드백을 받기도 했다.

이전 목표 회고

하지만 지금 나의 상태는 쉽게 얻은 결과가 아니었다. 험난한 과정이 있었다. 레벨1에서는 남들보다 뒤처지는 불안감에서 오는 조급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느리다는 사실 받아들이기’를 유강스 목표로 설정했다. 스스로를 돌아보는 시간과, 유강스 조원들의 가벼운 위로까지 더해져, 조급한 마음이 많이 누그러졌다. 하지만 무엇이든 적당해야 좋다더니, 이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상태를 마주했다. 레벨1의 막바지에 다다르니 너무 조급하지 않아 오히려 게을러진 것이다. 게으름을 극복해야 하는 상황에서도, ‘난 느리니까~ 조급해하지 마~’하며 나의 게으름을 합리화했다. 조급함을 없애는 것에 가속이 붙어버린 것이다. 산의 정상을 향해 달리고 있었는데 앞만 보고 걷다 보니 어느샌가 내려가고 있었다. 아, 적당한 조급함은 나를 돕는구나.

새로운 목표

이젠, 느리다는 사실을 무작정 받아들이지 않기로 했다. 게으름마저 느림으로 취급해 버리는 순간, 나쁜 게으름이 당연한 게으름이 된다. 따라서 레벨2 유강스 목표는 다르게 설정해 보았다. ‘조급할 땐 여유를 찾고 게으를 땐 조급해지기’로. 조급함과 게으름 사이를 저울질하며 균형을 찾기로. 적당한 조급함은 게으르지 않을 양분이 된다. 역시, 적당한 여유는 조급하지 않을 양분이 된다.

첫 번째 실험

조급할 때 여유를 찾는 방법은 레벨1을 통해 어느 정도 습득했기에, 게으를 때 조급해지기 위한 가벼운 실험 계획을 세웠다. “슬랙의 코드 리뷰 채널 확인하기”. 열심히 하는 사람들 사이에 있으면, 그들을 지켜보고 있으면, 나 또한 서두르게 되지 않을까? 하는 작은 희망과 함께. 첫 시도는 확실했고 강렬했다. 그들을 통해 열등감 비슷한 감정을 느꼈고, 그들이 나의 학습 동기가 되어주었다. 그러나 유효 기간은 짧았다. 효과는 있었으나 시간이 지나니 그 감정 역시 무뎌졌고 이후의 효과는 미미했다. 학습 동기를 스스로가 아닌 외부 요인에 의존한 탓이다.

두 번째 실험

첫 번째 실험 실패 후, 학습 동기를 찾기보단 게으름 피울 수 없는 환경을 구축했다. 나는 어려서부터 환경에 꽤 영향을 받는 사람이었다. 공부하는 환경에서는 열심히 공부했고, 노는 환경에서는 열심히 놀았다. 나의 그러한 특성을 이용해, 강제적으로 캠퍼스에 오래 남음으로써 공부할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들었다. 어차피 일찍 귀가해도 시간을 유용하게 사용하지 못했다. 또한 물리적으로도 캠퍼스가 집보다 더욱 좋은 학습 환경을 가지고 있다. 캠퍼스에 남아 있는 만큼은 최선을 다해 집중하기로 했고 ‘왔다감’도 자연스럽게 많이 찍게 되었다. 여러 크루들이 귀가한 후 캠퍼스의 잔잔한 분위기가 좋았고, 자연스럽게 캠퍼스에 남아 공부하는 시간이 즐거워졌다. 그랬기에 이번 레벨에서는 적당히 조급했고, 적당히 여유로웠다. 드디어 생활 패턴을 찾았다.

평일은 캠퍼스에서 최선을 다해 공부했고, 주말은 집에서 최선을 다해 쉬었다. 물론 방학이 되면, 나아가 레벨3가 시작되면, 또다시 새로운 패턴을 찾아야 하겠지만, 생활에 패턴을 부여하니 고민의 범위가 많이 축소되었다. 코드에 디자인 패턴을 도입하는 이유 같기도 했다. 패턴이 존재하니, 집에 가서 무얼 할지, 또는 언제 집에 갈지 고민하는 시간이 불필요해졌기에 그 시간을 다른 고민에 사용했다. 생활 패턴을 통해 조급함과 여유의 균형을 적절히 조절할 수 있었다.

새로운 고민

두 번째 실험은 꽤 큰 성공을 가져왔다. 하지만 마음 한편엔 이러한 생각도 든다. 아래는 유강스 시트에 작성한 문장이다.

리뷰 요청을 마무리한 후 주말은 생각 없이 쉬고 열심히 잠을 잤는데, 이 시간을 휴식으로 취급할지 게으름으로 취급할지 고민이다. 어디까지를 휴식이라 정의하고 어느 시점부터 게으름이라 정의해야 할지 모르겠다.

매주 월요일 레벨2 유강스에서 내가 매번 하는 말이 있었다. ‘주말에 푹 쉬고 왔다’. 이전에는 휴식에 죄책감을 갖는 편이었는데, 주말을, 평일에 열심히 공부한 대가의 시간으로 취급하니, 주말은 쉬어도 된다는 이유가 생겼다. 하지만 또 다른 관점에서 보면 그저 핑계 같기도 하다. 이에 대한 해답은 여전히 찾지 못하였다. 주말을 나의 학습에 보탬이 되는 시간으로 사용하지 않은 것. 이는 추진력을 기르고 에너지를 보충하는 휴식 시간일까, 혹은 시간을 밀도 있게 활용하지 못한 나에 대한 합리화일까?